흔히 '떡볶이' 하면 빨갛게 고추장 양념된 떡볶이를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두 가지 떡볶이가 있습니다. 궁중 떡볶이 혹은 간장 떡볶이라고도 불리우는 '맵지 않은 떡볶이'와 아주 매운 고추장 떡볶이입니다.
그 맛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같은 '떡볶이'라 하기에 조금은 무리가 느껴지는 것도 같지만 그 어느쪽 할 것 없이 쫄깃한 떡과 곁들인 부재료를 집어 먹다 보면 금방 접시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어느 쪽을 골라 먹느냐는 물론 본인의 취향의 문제고요.
저는 '빨갛고 무지막지하게 매운 떡복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것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 보다는 먼지가 가장 많은 버스 정류장 앞의 포장마차에서 뜨끈한 오뎅국물과 함께 먹는 떡볶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길 가다가 그런 포장마차 떡볶이를 보게 될 때면 '얼마나 많은 먼지가 뒤범벅 되었을까? 그리고 접시를 싼 저 비닐에서는 얼마나 많은 환경 호르몬이 나올까?'하는 생각에 인상을 찡그리게 되지만 출출할 때면 그런 생각도 어느 새 '싸악' 사라지고 떡볶이 1000원 어치에 오뎅 한 줄을 주문하게 되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길거리 떡볶이지만 배가 고플 때에는… 그 '붉은 유혹(?)'에 그만 넘어가고 말게 되지요.
하지만 제 아무리 매운 맛의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더군요. 아마 대부분의 주부들이 어린 자녀를 위해 갖은 야채와 고기를 함께 넣어 버무린 간장 떡볶이를 아이들 간식으로 준비해 줄 텐데요. 하지만 이것도 잠시입니다. 물에 씻은 김치 조차 맵다고 후후 불어대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입에 불이나듯 매운맛의 떡볶이를 즐기게 됩니다.
항상 포장마차의 고추장 떡볶이를 먹고다니는 저에게 어머니는 먼지 많고 조미료 많이 들어간 불량식품을 먹는다며 핀잔을 주셨고 집에서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은 간장 불고기 떡볶이를 만들어 주시곤 했지만 그 맛은 솔직히 포장마차 매운 떡볶이의 맛보다는 못했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 해 만들어주셨던 어묵튀김이며 불고기 떡볶이보다 이쑤시개로 찍어먹는 불량식품 떡볶이가 더 매력적이었으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가(?)'하고 생각해보지만 그 까닭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매운 맛에는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나 그 때문은 아닌지….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온갖 진귀한 재료를 다 넣어 만든 '궁중 떡볶음'에 입맛이 길들여졌던 임금님이라도 이 맵고 중독성있는 빨간 떡볶이를 맛보셨다면 아마도 가끔씩 살짝 월담해 이 맛을 보려 애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매운 맛의 고추장 떡볶이와 양념에 재운 불고기를 넣어 만든 불고기 떡볶이를 소개합니다.
1.불고기 떡볶이
재료(2-3인분)
떡볶이떡 25~30가락,떡 양념용 기름간장(진간장, 참기름 각 1큰술)
전체 재료를 볶을 때 사용할 양념(진간장, 진간장 각 1큰술, 설탕과 참기름 각 1작은술)
쇠고기(불고기 양념해서) 1컵
양파 1/4개(얇게 채 썰어), 당근 1/4개(얇게 채 썰어), 표고 버섯 1~2개(�게 저며서)
피망 1개 (얇게 채 썰어) → 오이로 대체한다면 돌려깎기 한 후 채 썰면 됩니다.
대파 1/2개(흰 부분 위주로 어슷 썰어), 물 4~5큰술, 통깨 1작은술, 식용유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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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를 양념에 먼저 재워 두어야 맛이 좋습니다.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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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쇠고기는 미리 불고기 양념을 해놓습니다.
쇠불고기 양념재료를 모두 갖춰 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간단하게 쇠고기 1컵 당 진간장 1/2큰술과 설탕 1/2큰술 정도만 넣어 조물거려 양념을 해 두어도 괜찮습니다. 야채나 양파즙 등이 첨가되는 쇠불고기 양념보다는 간장 비율이 적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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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을 미리 불려 두어야 말랑말랑한 떡볶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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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떡은 따뜻한 물에 불리거나 살짝 데쳐 말랑하게 해 놓은 다음 기름간장에 10~15분 정도 버무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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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을 참기름과 진간장에 버무려 두면 간이 배어들어 훨씬 맛이 좋습니다.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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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없으면 떡에 간이 배지 않아 맛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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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과 양파, 당근 , 오이나 피망 등 색을 낼 수 있는 채소를 고르게 채 썰어둡니다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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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파와 당근, 피망(오이)은 얇게 채 썰고 버섯은 얇게 저미고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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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를 미리 익혀두어야 나중에 채소와 함께 고르게 익힐 수 있습니다.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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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불고기를 넣어 익으면 다른 그릇에 옮겨 놓습니다.
다시 팬에 양파, 당근, 버섯, 피망, 대파를 넣어 볶아 반쯤 익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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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많이 뒤적이면 채소가 흐물흐물해지니까 조심하세요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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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에 기름간장에 재운 떡과 불고기, 볶을 때 사용할 양념과 물 4~5큰술을 넣고 2~3번 뒤적여가며 조리면 완성.
6. 통깨를 뿌리거나 달걀 지단을 부쳐 고명으로 올려 상에 냅니다.
TIP!
* 럭셔리 궁중 떡볶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넣을 수 있는 고급 재료 다 넣어 보세요. 해삼이나 전복을 넣은들 어떻겠어요?
* 깊은 맛은 육수에서 나옵니다. 가능하면 멸치육수를 사용하면 좋지요.
* 떡의 부피가 크면 맛이 잘 안 들어서 싱겁습니다. 가능하면 조랭이 떡이 모양새도 좋습니다.
* 재료를 밑간해서 재워두면 많이 뒤적이지 않아도 돼 모양이 살아납니다.
* 느끼한 맛이 싫으면 청양고추나 청홍고추를 넣어 칼칼한 맛을 내 보세요.
* 고명을 잘 활용하면 더 좋구요. 남은 잡채를 활용해서 만들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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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찾게 되는 매운 고추장 떡볶이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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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고추장 떡볶이
재료(2~3인분)
떡복이 떡 25~30가락, 멸치국물 2컵, 대파 1개(어슷 썰어), 양배추와 어묵 각 1/2컵(한입 크기), 삶은 달걀 2개
양념장 : 고춧가루 2큰술(고운 청양고춧가루와 굵은 고춧가루 반씩 섞어), 고추장, 진간장,설탕, 다진 마늘 각 1큰술, 물엿 1/2큰술, 후추 1/4작은술, 춘장(혹은 된장 1작은술) 1/2 작은술
1. 단단하게 굳은 떡은 물에 불립니다.
2. 팬에 멸치국물을 붓고 국물이 끓어오르면 불린 떡을 넣습니다.
3.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양배추는 한입 크기로 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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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사리,어묵,달걀 등 부재료를 넉넉하게 넣어 먹는 맛이 일품인 고추장 떡볶이입니다. |
ⓒ 이효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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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떡이 반쯤 익으면 양념장을 넣습니다.
5. 양배추와 대파를 넣고 조금 더 끓이다가 어묵과 삶은 달걀을 넣고 끌여 내면 완성.
TIP!
* 단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간을 봐 가면서 설탕을 나누어 넣으면 됩니다.
* 식당에서 먹는 떡볶이의 맛을 내려면 쇠고기나 멸치 다시다를 조금 넣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늘게 채 썰거나 한 입 크기로 작게 썬 쇠고기를 넣으면 조미료를 넣는 것 보다 국물맛이 좋고 씹는 맛도 좋습니다. 쇠고기는 2의 과정에서 별다른 양념 없이 넣어요. 춘장을 넣어 춘장 떡볶이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 때 춘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색깔이 검게 변해 버리므로 주의하세요.
* 불린 당면이나 햄, 소시지 조각을 넣어 먹는 것도 떡볶이를 즐기는 한 방법입니다.
출처: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