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 찍은 우리집 텃밭 사진이다. 막 자라기 시작한 상추에 어머니께서 비료를 줬다. 하얗고 붉은 것은 비료 알갱이다.
비료의 주요 성분은 질소, 인산, 칼리. 비료를 준 후 아기 손보다 작고 여린 잎들이 잎만 따서 먹어도 될 정도로, 커다란 어른 손만큼 자랐다.
상추를 심고 가꾸는 어머니는 "한창 맛있을 때인데 왜 뽑아 먹지 않고 아끼느냐?
부지런히 솎아 먹고 몇 포기 남겨 부지런히 잎 따먹어라. 빨리 빨리 잎을 따먹지 않으면 금방 자라 꽃이 피고 억세져서 맛이 없으니 연할 때 부지런히 따먹어라"라며 연신 잔소리를 하신다.
그런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사실 나는 씨앗을 뿌려 막 자라기 시작하는 이즈음의 상추를 무척 좋아한다.
지난해엔 거의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한 소쿠리씩 솎아 먹을 정도였다. 먹고 남은 상추를 그냥 들고 과일 먹듯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
채소는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특히 색이 짙은 채소, 시금치, 쑥갓, 청경채 등 푸른 채소는 건강의 근원이라고 믿고 있다.
식사만으로는 부족해서 채소즙을 마시거나, 채소주스를 매일 마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며 먹고 있는 채소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금치, 쑥갓, 청경채 등의 채소에는 '초산성질소(우리나라에서는 '질산태질소'라고 부른다-감수자 주)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이 문제다.
초산성질소는 체내에 쌓인 고기나 생선 단백질과 결합되어 발암성이 있는 '니트로소아민'으로 바뀐다.
그래서 고기나 생선에 곁들이는 채소를 먹을 때 초산성질소가 많이 들어있는 채소는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중략) 엄마들은 자주 "고기를 먹으면 그만큼 녹색채소를 꼭 먹어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하곤 한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선택한 채소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을 때는 색이 짙은 채소는 곁들여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채소의 진실> 중에서
<채소의 진실>(청림 라이프 펴냄)에서 이런 부분을 앍지 않았다면 지난해처럼 거의 매일 한 소쿠리씩 뜯어 먹었으리라.
하필 이 책을 읽을 무렵 어머니가 상추에게 비료를 주셨다. 몰랐으면 몰랐지 알고 먹을 순 없지 않은가.
누가 뭐라든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성격이라도 말이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다면 비료를 주지 말길 부탁드렸을 것이다.
어떤 채소가 좋은가?
어떤 채소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금치나 브로콜리, 청경채 이런 녹색 채소들은 색이 진한고 선명한 것이 좋다고 알고 있는지라 그에 신경 써서 고르곤 했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푸른 잎 채소들의 경우 색이 진할수록 초산성질소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제까지 좋은 채소라고 반갑게 집어 들었던 것들이 실은 내 몸을 망치는 위험한 존재였던 것이다.
책에 의하면 말이다.
이러니 눈앞에서 비료의 성분들을 먹고 쑥쑥 자라고 있는 상추를 어찌 선뜻 먹을 수 있으랴.
초산성질소의 건강피해는 1980년대 쇼킹한 사건 이후 널리 알려졌다.
미국에서 아기가 산소 결핍 때문에 몸과 얼굴이 파래져서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블루베이비증후군'이었다. 원인은 아기가 먹는 이유식에 색이 짙은 잎사귀채소를 갈아 넣었는데, 결국 초산성질소 농도가 진한 물에 분유를 탄 결과를 초래했다. WHO(국제보조기구) 조사에 의하면 1945년부터 1985년 사이에 2000건의 증명사례와 160명의 사망사례가 보고되었다. 성인에게는 문제가 없는 양이어도 아기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산성질소 문제는 채소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비료에 포함되어 있는 질소는 초산성질소로서 채소에 들어있지만 전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부분은 공중에 발산되어 이산화탄소(CO2) 이상의 온실효과를 가져오거나, 흙속에 남아 있다가 씻겨 내려가 지하수에까지 침투된다.
화학비료, 가축의 분뇨에 따른 유기비료나 과잉 투입된 비료는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지하수의 초산성질소에 의한 오염은 지금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 <채소의 진실>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연한 소금물이나 식초 몇 방울 섞은 물에 잠시 담가두면 된다는 등, 채소나 과일을 어떻게 씻어야 잔류 농약 성분을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워낙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료 성분은?
방법을 찾아보니 파뿌리나 양파의 껍질에 비료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껍질을 한두 겹 벗겨 내거나 뿌리를 잘라내라는 정도?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시금치나 청경채와 같은 채소들은 데치면 함유하고 있는 초산성질소 반 정도는 씻겨 내려간다고 한다.
파뿌리를 잘라내고 껍질을 한두 겹 벗겨낸다고 뿌리를 통해 채소 속에 스며든 비료 성분들이 제거될까? 주로 데쳐먹는 시금치나 청경채 등과 달리 잎 자체를 날로 먹는
채소들의 비료 성분은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농약의 폐해, 그 위험은 오랫동안에 걸쳐 워낙 많이 알려졌는지라 채소의 잔류 농약에 대해선 민감하다.
그러나 채소에 흡수됐을 비료의 폐해에는 대체적으로 관대하다.
사실 우리 집 텃밭의 비료를 준 모습은 특별할 것이 없는, 농촌이나 텃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비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우스재배를 해서 오이, 토마토, 무가 일 년 내내 시중에 나오는데, 제철이 아닌 시기에 채소를 수확하려면 비료를 더 많이 줘야 한다.
또 하우스 재배의 경우 비료가 비에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 단기간에 재배하기 때문에 광합성이 모자라 초산성질소가 소화되지 않고, 초산성질소의 잔류율은
토지재배와 비교했을 때 몇 배에 달한다는 점이 문제다.
- <채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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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료 농액 사용량 상위 10개국. OECD의 2008년 발표자료, 한국(2004년) 내덜란드(2007년), 포르투갈(2005년), 나머지는 2006년 아래 채소의 영양 변화표는 먹을 수 있는 부분 100g기준 |
ⓒ 청림Life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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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의 내용들은 워낙 충격적인지라 이 책을 읽은 이후 생각이 영 복잡하다.
이제까지 우리들이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많이 먹을 것을 강조했던 채소의 진실들을 여지없이 파헤치고 있는데, 가급 적게 먹는 것뿐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예전처럼 채소들이 반갑지 않다.
유기재배의 진실도 함께 다룬다.
일반 채소보다 비싸기 때문에 (내가) 선뜻 선택할 수 없었던 유기재배도 그다지 안전해 보이진 않는다.
유기재배 허용 일정의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채소의 진실>은 혈육을 병으로 잃은 한 사람의 아픔에서 출발한다.
저자 가와나 히데오는 16세에 스무 살의 누나가 골육종으로 죽어가는 아픔을 겪은 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아 부모님께 자식을 잃는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건강한 삶은 먹을거리가 좌우한다고 인식, 자연재배를 배운 후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 보급과 안전하지 못한 먹을거리의 폐해를 알리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식품첨가물이나 화학조미료, 가공식품, 트랜스지방, GMO 등의 실체와 그 폐해를 알리는
책들이 많이 출간됐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에 신중해졌지만,
"이제까지 먹고 살아왔어도 아무렇지 않다"며 '유별나다'거나
'이상주의자들의 배부른 소리' 정도로 무시하는 사람들도 없잖아 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우리 식탁에서 절대 빠뜨려선 안 되는, 이제까지 건강을 위한 최선의 식품으로 가급
많이 먹을 것을 적극 권장했던 채소의 끔찍한 현실을 다루는지라 그와 같은 사람들의 반감은 더욱 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OECD 가맹국들의 농약과 비료 사용이나 채소의 영양분 변화처럼 다양한 근거와 실험 자료들이 제시되는지라 설득력이 높을 것 같다.
솔직히 읽고 그냥 참고만 하기에는 개운하지 않다.
신경 쓰인다.
지난 50년 동안 적게는 25%, 많게는 90% 변화한 채소의 영양도 이제까지 몸에 좋으니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는 채소를 새롭게 바라보는 좋은 자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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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재배 채소는 시간이 지나면 마른다. 썩지 않는다- ▲얇게 썬 오이를 유리병에 넣고 열흘간 방치한 후 찍은 사진이다. 왼쪽이 자연재배 오이, 가운데가 유기재배 오이, 오른쪽이 일반재배 오이다. 유기재배 오이가 맨먼저 썩었다(오이 부패 실험)▲무를 병에 넣고 열흘간 방치했다. 채소 생산지, 계졸, 비료의 질이나 양으로 인해 차이가 나는 경으도 있다(무 부패 실험)|왼쪽은 1년 지난 사과이고 오른쪽은 2년 지난 사과이다.-책속 설명 |
ⓒ 청림Life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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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채소는 그냥 두면 썩는 것이 당연하다 ② 유기농채소는 무농약으로 기른다 ③ 유기농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
④ 시금치 같은 잎사귀 채소는 색이 진한 게 몸에 좋다 ⑤ 벌레가 생기는 것은 안전한 채소라는 것이다 ⑥ 채소를 키우려면 비료가 필요하다
⑦ 유기농 채소는 환경에도 몸에도 좋다 ⑧ 영양 밸런스를 생각해서 채소를 꼭 먹어야 한다 ⑨ 특별재배채소, 농약을 줄인 채소는 안전하다
⑩ 채소는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다.
채소의 진실 열 가지다.
이중 하나라도 '맞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저자에 의하면 10가지 모두 '틀렸다'이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채소의 이런 진실들이 왜 틀렸다는 것인지 조목조목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저자가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로 지향하는 자연재배는 낯설고 부럽다.
부디 이 책이 자연재배에 눈을 뜨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먹을거리 선택에 신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어떤 것들을 다뤘을까?
▲ OECD 가맹국 중 농약사용량 1위는 한국, 2위는 일본 ▲ 작물재배, 왜 대량의 농약이 필요하나? ▲ 농약과 비료의 역사와 목적은? ▲ 수확하기까지 딸기 60회, 오이 50회, 피망 62회, 가지 74회 농약을 살포한다 ▲ 농가에서는 직접 키운 딸기라도 표면을 벗기고 먹는다? ▲ 채소의 초산성질소는 체내에서 발암물질을 만든다 ▲ 채소의 초산성질소가 급증하는 이유는? ▲ 출하상자에 맞춰 종자를 만든다 ▲ 자연재배와 유기재배, 일반재배의 차이점은 ▲ 유기농비료가 제일 위험하다? ▲ 벌레가 생기는 이유는 초산성질소때문이다 ▲ 안전한 채소, 어떻게 고를까? ▲ 소는 어떻게 매일 우유 20킬로그램을 생산해낼까? ▲ 아이들은 왜 편식을 할까? ▲ 건강보조제는 화학비료나 마찬가지다 ▲ 식초를 마시는 건강법은 왜 틀렸는가?